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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글글글

[카사미루] 한 달

by 백표백제 2020. 11. 14.

2020.0330 재업겸 백업글










"으음 글쎄요, 오늘이 무슨 날이었나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궁금했기에 슬쩍 떠보듯이 모르는 척하며 말해본다. 물론 들뜬 목소리가 섞여서 들어가버린 탓에 '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가 전부 드러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너는 금세 웃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력을 들고 왔다. 애초부터 시간개념이 다른 이들과는 어긋난 편이었기에 달력을 자주 보지 않았었는데, 언제 그리 커다랗게 체크해 둔 것도 모자라 별표까지 쳐 둔 걸까. 보지 못 한 스스로가 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얼굴로 말하는 너를 봤다. "만난 지 벌써 한 달~", "저랑 데이트하지 않을래요?", "표는 이미 끊어놨어요"따위를 말하는 널 보고 놀라웠다. 


 너라는 한 사람을 만나고 일상이 이렇게나 변하고 있다니.


 난생 처음으로 놀이기구를 탔다. 이런걸 스스로 탄다고?라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너를 바라보았다. '... 아, 이렇게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이라는 매우 단순하고도 이전이라면 납득 안 갈 것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와 놀이공원에서 놀며 식사를 하고, 불꽃놀이를 보았다. 낯설지만 신기했고 재미있었으며 네가 곁에 있다는 게 오늘 들어 가장 행복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불꽃놀이가 다 끝나갈 무렵인지, 최후를 맞이하듯 아름답게 온갖 색을 흩뿌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런 때 너는 무언가 말을 했다. 그 순간만은 폭죽의 소리도, 사람들의 감탄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네 목소리만이 귓가에 들어왔다.


"전 카사엘을 만난 게 세상에서 제일 큰 행운인거같아요."


 세상의 모든 긍정적인 형용사를 붙여도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행복하다.


 이후 너는 그저 웃으며 무언가를 손에 쥐여줬다. 이제 보니 작은 상자였다. 본 적이 없는 심플한 디자인의 상자. 네가 어서 열어보라 재촉하니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며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자, ... 자그마한 반지였다. 우리 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서로를 의미하는 모양의 반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눈이 멋대로 휘둥그래 떠졌다.  그리고 너는 곧이어 말했다.


"생각해보면 제가 챙겨준것도 없고..."

"커플이면 다 하는거, 안하기도 그렇고..."

"그냥 이래저래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네 이야기를 듣다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거 하고 싶었던 거예요? 진작에 말 해주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웃음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목소리였다. 그리 말하고 생각이 깊어진 채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나 행복한 일은 처음인 기분이다. 이렇게나 행복해도 되는 걸까. 따위의 생각이 들던 중 너는 말을 꺼냈다.


"반지 안끼워줄거에요?"


 네가 장난스럽게 손을 내민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다니. 작게 웃음짓고 반지 하나를 꺼낸다.


"당연히 끼워줘야죠."


 천천히 네 손을 받치듯 들고 살며시 끼워준다. 동시에 매일이 기념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네 손에 조심스럽게 반지를 다 끼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장난스럽게 네게 손을 내밀었다. 작게 짓고있던 웃음은 곧 사랑스럽게 너를 바라보는 시선과 살짝 발그레해진 상태가 되었다.


"미루도 저한테 끼워줄거죠?"